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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발등의 불' IRA …비판보다 힘 모을 때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 대해 정치권 일부는 우리의 대응이 늦었던 것으로 보고 원인 규명과 우리 통상당국 질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지 않은 예산으로 현지 로비스트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내용을 사전에 몰랐을 뿐만 아니라 IRA의 상원 통과 이후에도 대응이 늦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실제와는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으로 방미해 미 자동차혁신연합(AAI) 존 보젤라 회장, 미 수입차협회(ADA) 제니퍼 스파비안 회장 등과 정부 측 인사를 만났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 시그리드 브리 사무총장과는 영상회의도 가졌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놀라운 것은 미국·유럽의 정부·업계가 모두 미 상원의 전기차 보조금 관련 입법 사항의 중대한 변경과 전격 추진에 대해 사전에 몰랐다는 것이다. 보젤라 회장에 따르면 IRA법은 전형적 정치적 입법으로서 비공개로 추진돼 미국 정부는 물론 기업의 사전 대응도 불가능했다.

당초 미국은 기존 보조금 7500달러의 세금공제에 더해 노조가 결성된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선 4500달러,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엔 500달러의 추가 세금혜택을 제공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이 50:50인 상원에서 웨스트 버어지니아 출신 조 맨친 민주당 의원의 반대가 걸림돌이었다. 그 지역은 화석연료의 생산과 활용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맨친 의원은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는데, 법 통과가 시급했던 민주당 대표이자 뉴욕주 출신 척 슈머 의원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조건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북미산 전기동력차에 한정한 보조금 지급 등이었다. 두 의원 간 합의는 지난 7월27일에서야 처음 공개된다.

보젤라 회장은 “전기차 세제지원은 산업전환 지원과 소비자 구매지원으로 구분되는데, 산업전환 지원은 미국 업계 참여로 1년 이상 논의와 작업을 거쳐 확정된 반면, IRA 소비자 구매 지원은 의회에서 짧은 기간에 전격 추진됨으로써 미국 업계나 행정부의 대응이 불가능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IRA법상 전기차보조금 규정은 세계무역기구(WTO)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해 미 무역대표부(USTR) 마이클 비만 차관보도 “의회의 갑작스러운 입법으로 우리도 몰랐고 어쩔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ADA의 제니퍼 사파비안 CEO는 “이번 IRA 입법은 미 정부나 업계와는 별도로 의회에서 매우 빠르게 진행돼 우리도 나중에 알고 당황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은 EU도 같이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 시그리드 브리 사무총장은 “IRA에 대해 사전에 알 수 없었다”며 “현재 EU 집행위원회는 이 법안의 단기 영향을 분석 중인 바, 분석 결과에 따라 WTO 제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며, 전기차 보급과 기후변화에 대한 장기 영향 분석에도 들어갈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미국의 입법을 사전에 우리가 알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우리 국회는 세계 최초로 미국의 이번 입법이 부당하다며 우리 정부에 적극 협상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미국과 협상에 들어가는 등 기민하게 대응해왔다. 늑장 대응 비판 여지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향후 대응이다.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미 정치권에 대한 설득이나 미 재무부 가이던스(Guidance)제정에 우리의 의견 반영은 불가능하진 않겠으나 쉽지도 않을 것이다. 현재는 지연 대응 여부를 비판할 시기가 아니라 의원외교를 포함, 정부, 국회, 기업의 총체적 대미 아웃리치 활동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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